국궁(詩)/활터의 사계

황학정(黃鶴亭)의 겨울..

활, 시리우스(弓痴) 2022. 12. 20. 11:51

살 에는 추위에 옴짝달싹
사색(死色)이 되어 버린 과녁 위로
밤새 살포시 내린 눈이
켜켜이 이불솜을 널었네.


온 몸을 싸고 매고
호호 손을 불면서
한 배 가득 당기고 놓으니
순간 멈춰버린 영원(永遠).


촉바람에 오색바람에
설 쏜 살이 간신히 굽통 쑤시니
소스라치게 놀란 과녁.
속절없이 이불솜만 주저 앉는다.


설자리 위 언발 줌통 잡은 곱은 손
이마 바로 선 높바람
목덜미를 파고드는 동장군의 엄포를 피해
급히 사우회관 속으로 몸을 숨긴다.

※ 시 해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새벽에 활터에 가면 밤새 쌓인 눈이 솜 이불 처럼 널려 있다. 새벽습사의 첫 화살에 홍심을 드러내는 놀이를 '눈털기'라고 했다. 신사 때 사범님과 함께 '눈털기'에 나섰던 그 열정을 되찾고 싶다. ^^~





※ 용어해설

굽통 쑤시다 : 화살이 과녁을 버티고 있는 두 나무 기둥 사이의 바닥에 맞다.

촉바람 : 안 바람. 과녁에서 사대로 부는바람으로 촉바람이란 근래에 붙여진 말.

설쏜다 : '꽉쏘다'의 반대로 어설프게 쏘는 것을 말하며 이 쏨새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높바람(뒤바람,뒤울이,삭풍)은 뱃사람들의 은어로 '북풍'을 이른다.

[사진 황학정 박하식 접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