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散文)

편사 단체전 우승!!

활, 시리우스(弓痴) 2019. 12. 11. 17:14

(사)황학정에서 윤상만,이민 명궁님 인증기념 연회가 지난 12월7일에 열렸다. 명궁님들의 찬조와 집행부의 후원으로 연회가 마련되었고 연회 중 이벤트성 편사대회가 있었다. 사우회관에 잘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명궁인증이 마치 내 일인양 모든 사우들이 모여 축하해주면서 활터에서 느끼는 가족같은 분위기로 흥이 절정에 달했다.

오랜기간 동안 내홍으로 몸살을 앓아온 황학정이었지만 신임 방사두님의 친화력과 포용의 리더쉽으로 이제 황학정은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참으로 고맙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편사대회는 이전과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전개 되었는데 소위 말하는 '무작위 편사'였다. 추첨으로 번호를 정해 5명이 한조로 편성되다보니 친하던 친하지 않던 복불복 형태로 팀이 짜여져 신사와 구사 할 것 없이 재밌는 조합이 완성이 되었다.

나는 번호표 4번을 뽑아 팀원이 누군지 탐문하던 중에 금파사법의 창시자인 K 접장님께서 한조가 되었지만 싸한 느낌이 왔다.ㅎㅎ K 접장님도 내가 한편이 된것이 못내 아쉬워 하는 눈치인데 친하게 지내던 C 접장님도 4번을 뽑아 한편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친한 분이 한 편이 된 것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는 했지만 우리 세 명의 조합으로는 결코 우승을 장담 할 수 없다.

사실 이전 K접장님은 던지면 들어간다는 무서운 금파사법의 창시자로써 공인 2단의 실력자이다. 하지만 촛불이 꺼지기 전이 가장 밝다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요즘 시수가 영 아니올씨다이고 한때 촉망받던 나나 C접장님은 워낙 습사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라 세명의 조합으로 우승은 언강생심. 넘사벽과 같다고 서로가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 선수를 탐문하던 중 P접장이 4번을 뽑았다는 낭보가 들어왔다. 와~ 이건 사그러들어가는 장작불에 기름을 얹은 격이다. 황학정 최고수 중의 한명이고 현직 사범이니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됐다. 일단 4명은 알겠는데 나머지 한명이 궁금하던 차에 마지막 한 분은 H접장님으로 밝혀졌다.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로 만나면 간단한 목례정도 나누는 사이였는데 이 참에 정식으로 인사도 나누고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같은 사대에 서보니 쏘임새가 예사롭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분들 중에서는 시수가 좋다는 귀뜸을 들었다.

하지만 활이라는 것이 항상 잘 맞고 항상 시수가 좋으란 법이 없다.

드디어 출전이다.!!

초순에 11중이라는 성적을 받았는데 우리는 그냥 중상위권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뿔싸! 11중이 3팀으로 공동 1위를 달리는 중이란다. 아무래도 날씨가 궂고 다소 쌀쌀하다 보니 모두 제 실력이 발휘되지 않나 보다.

2순에는 무려 14중을 했다. 뜨아~ 우리 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저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때 까지는 나와 P 사범이 시수의 중심에 섰다. ㅎㅎ

3순에는 우리 팀이 너무 잘 나갔는지 9중으로 마무리 했지만 결과적으로 총 34중으로 단체전 예선 1위로 통과했다. 역시 P사범의 시수가 결정적이었지만 3순부터 금파사법의 기세가 놀랍다.

예선 1차전에 2중으로 체면치레만 했던 금파사법이 갑자기 연4중으로 팀의 살림밑천을 제공했고 예전 명성대로 던지면 들어가는 중이다. 잠시 숨고르기하고 있던 C접장님도 발군의 기량을 뽐내면서 준결승 대대걸이를 깔끔하게 통과했다. 김00 접장을 중심으로 한 신사들 팀이 구사들의 기세에 눌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

드디어 결승 대대걸이 사대에 섰다.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라온 우리와 달리 J 접장님의 야지(?)를 앞세운 상대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아무래도 정식대회가 아니라 축하연을 겸한 친선대회이고 어느 정도의 야지를 허용해서인지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사대 위 전 사원의 시선이 과녁을 향했다.

우리팀은 결승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앞서갔다. 사대 3번에 섰던 나의 4시 화살이 명중되는 순간 시부족으로 우리팀이 우승을 결정지었다. 결승이 다소 싱겁긴 했지만 우리 팀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서로의 면면을 의심했던(?) 팀결성 초기와 달리 결승 사대에 선 우리 팀 총원은 이 상태로 대표팀으로 선발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탄탄한 팀웍을 갖췄다. ㅎㅎ 결국 금일봉의 상금을 수령하고 회식장으로 이동하는 순간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활터에서 느낄 수 있는 온갖 짜릿함과 우승의 영광까지 거머쥐면서 오합지졸이 정예강군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온 몸으로 느꼈다.  활꾼으로써 느낄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을 제공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모두가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