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詩)/활터의 사람들

어르신 떠나던 날..

활, 시리우스(弓痴) 2020. 7. 1. 16:18

 

(박기복 여무사님,이영주 여무사님,박찬민 어르신을 기억하며..)

 

 

돌림병이 또아리를 틀자

뜨락에 핀 웃음소리

사라지고

 

 

거궁(擧弓) 과 발시(發矢)가

엇갈리며 북적이던

설자리마저 휑해지고

 

 

난리통에도 이어졌던

삭회(朔會)는 통지문 조차

띄우지 못했다.

 

 

든 자리도 없이

활공부만 하셔서 그런지

어르신 떠나던 날

아무도 난 자리를 알지 못했다.

 

 

활터를 등지고 돌아선 순간

긴 세월 쏘아 올렸던

무수한 살찌만

빈 하늘에

잔신(殘身)처럼 남았다.

 

※ 용어해설

☞ 거궁(擧弓) : 활 들어 올리기.

 

☞ 발시(發矢) : 화살을 쏘는 행위.

 

☞ 잔신(殘身) : 화살은 몸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