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詩)/활터의 사계

황학정(黃鶴亭)의 봄..

활, 시리우스(弓痴) 2022. 4. 1. 15:08

활터의 봄볕 아래에서는
살 튀어나가는 것 보다
꽃망울이 더 빨리 터진다.

샛노란 개나리꽃, 연분홍 철쭉꽃.
덩치 큰 목련은 뒤질세라 
일제히 꽃망울을 곧추 세운다.

황학정 안중(眼中)에 선 온깍지 활꾼은
고자채기로 활대를 비스듬히 제끼고
풀어 헤친 깍지손이 넉넉하다.

겹처마 너른 팔작지붕 황학정에 가면
쏟아지는 봄 햇살 같은 활꾼들의 열정으로
설자리가 비좁다. 

 

우물마루 아래 정겨운 댓돌 삼형제.

봄햇볕에 잘 구워져서 그런지

오늘따라 그 낯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 용어해설

고자채기 : 발시()하는 과정에서 깍지손의 탄성으로 활이 비슴듬이 재껴지는 현상.

 

 

 

 

편집자 주 ☞ : 활꾼 최고의 사진작가이신 황학정 박하식 접장님께서 봄볕에 그을린 황학정 풍경을 페이스북에 올려 주셨다. ^^ 언제나 접장님 사진에 광팬이 나는 예전에 사진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하나 써보았다. 허락만 하셨지 기한은 없었지만 그냥 활터의 봄볕에 취해 한번 써 보았다. ^^~ 활터에 가봐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