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詩)/활 과 인생

활 그리고 인생(人生)..

활, 시리우스(弓痴) 2022. 5. 17. 10:24

끊어질 듯 우직거리는 시위
똑 부러질 것 같은 아랫장 덕에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살(矢)은 출전피(出箭皮)를 떠난다.

살(矢)이 곧장 가는 것 처럼 보여도
이리저리 헤엄치 듯 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촉바람 어떤 때는 오늬바람
눈비를 뚫기도 하고.....,

포물선을 그린 살이
정점에 오른 그 순간부터

탄성은 사라지고
살은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촉이 과녁에 맞닿는 순간
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시위와 아랫장의 헌신이
헛되지 않았음을......,

하나의 살(矢)은 한 사람의 인생(人生)을 닮아 있다.




☞ [편집자 주]

출전피[出箭皮] : 활을 쏠 때, 화살이 닿는, 활등의 가운데에 붙인 가죽 조각.


촉바람 : 안 바람. 과녁에서 사대로 부는바람으로 촉바람이란 근래에 붙여진 말.


오늬바람 : 덜미바람.사대에서 과녁으로 부는바람. 화살의 오늬쪽에서 오는 바람이라 하여 일컬음.


☞ [시 해설]

끊어질듯 우직거리는 시위(父)와 똑 부러질것 같은 아랫장(母) 덕택에 세상에 탄생한 살(子)은 출전피(부모님 품)를 떠나면서 삶이 시작되고 결국 좌충우돌(화살의 패러독스)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 부모는 자신을 구부리고 끊어질 지언정 자식을 앞으로 보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때로는 역경에 때로는 행운으로 모진 세파를 이겨가며 어느 순간 자신의 힘으로 남은 생을 보낸다. 죽음의 순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나름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행복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부모님의 은공을 느낀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누구던지 부모님을 생각하면 인생을 허투로 살 수가 없다. 하나의 살(矢)은 한 사람의 인생(人生)을 닮아 있다.

[강희덕 작 : 생명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