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궁(詩)/황학정(黃鶴亭) (3)
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한 순 내고 숨 돌리며 한천각(閑天閣)에 앉아서 화살을 기다린다. 한천각에 앉아 바라보는 목멱산(木覓山) 기둥과 대들보 사이로 박제(剝製)된 과거와 공존(共存)하는 현재가 가감 없이 투영(投影)된다. 능선을 따라 불쑥 튀어나온 감투바위와 가파르게 달아나는 샛길 그 길 옆에 걸 터 앉은 바위군락 살짝 고개를 들면 마천루(摩天樓)와 맞닿은 하늘아래로 촌스런 과녁 삼형제가 주인인 양 똬리를 틀고 무겁을 차지하고 있다. ☞ 용어 해설 √ 한천각(閑天閣): 황학정 내에 있는 작은 정자. √ 목멱산(木覓山): 남산의 옛 말. 한천각에서 보면 남산이 한 눈에 보인다. √ 감투바위: 한천각 앞에 튀어 나와 있는 바위. √ 무겁: 개자리와 같은 말. √ 개자리 : 과녁 앞에 웅덩이 등을 파고 사람이 들어앉아서 살의 적중..
비 오는 날엔 활 쏘러 가고 싶다. 기왕이면 걸어서 가고 싶다. 시장 통을 헤집고 숲길을 건너서 구중심처(九重沈處) 숨어있는 두루미 활터(黃鶴亭). 발걸음은 아직 종로도서관인데 마음은 이미 과녁에 꽂혀있다. 오늬가 시위를 먹기도 전에....., 활 쏘러 가는 길은 주저함이 없다. 친구 넘 한잔 하자는 소리도 거짓부렁 바쁘다고 손사래를 친다. 아무리 바빠도 쏜 살 보다 바쁠까? 발 디딤은 아직 설 자리(射臺)인데 눈치는 이미 무겁터를 넘었다. 과녁이 살을 먹기도 전에....., 몇 순 쏘고 모른 척 헐레벌떡 달려온 내 얼굴엔 비난의 화살이 박힌다. 햇살이 쏟아지는 날에도 활 쏘러 가고 싶고 바람 부는 날도, 눈 오는 날도 ......, 아니 그냥 맨날 활 쏘러 가고 싶다. ☞ 용어 해설 √ 오늬: 화살을 ..
겹 처마 너른 팔작지붕은 인향(人香)을 담아내고 사분합문(四分閤門)은 접어서 걷어 올려 서까래 밑 들쇠에 걸어라! 촘촘한 우물마루야! 관심(關心)을 흘리지 마라 어명(御命)이닷 !! 기둥을 이고선 장초석(長礎石)아! 꼼짝 말고 서 있거라! 담장을 따라 핀 능소화야! 너 라도 속 절 없인 지지 마라 반상(班常)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전설 속의 황학(黃鶴)도 가고 이름 드높던 오사정(五射亭)마저 사라졌건만 어명으로 세운 사정(射亭)이라 정(亭)을 향해 길이 넙죽 엎드리고 있다. ☞ 용어 해설 √ 겹 처마:처마 끝의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잇대어 달아낸 처마. √ 팔작지붕:한식(韓式)가옥의 지붕구조의 하나로 합각(合閣)지붕 ·팔작집 이라고도 한다 지붕 위까지 박공이 달려 용마루부분이 삼각형의 벽을 이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