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궁(詩)/활터 풍속 (7)
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사냥꾼의 가쁜 가래질에뻘 속 새까만 숨구멍마저틀어 막혔을 때소스라치게 놀라살길을 찾는낙지의 잽싼 몸놀림처럼연신 일상(日常)이 짓누르는먹먹함을 피해활터에 몸을 기댔다.'활'은 말 그대로 나를펄떡거리게 만들었고'터'는 멍석을 깔아 주었다.온새미로 활터에 녹아들었고놓칠 수 없어줌통쥐듯 움켜잡았다.홍심(紅心)에 이끌려빠알간 불빛도 보고촉에 묻어 온 붉은 빛깔에 웃어본다.깊고 엄혹한 골짜기에 부는 바람돌과 나무 그리고 사람나는 활터의 일부가 되었다. ※ 용어해설 ☞ 줌(통) : 활을 쏠 때 손으로 잡는 활 가운데 부분. 일명 줌통. 쥐다에서 유래.☞ 홍심(紅心) : 과녁에서 붉은 칠을 한 동그란 부분.

다른 성질이 엉겨 붙어야 세상에 없던 돌셩이 나옵니다. 부린 활을 뒤집어 얹고 옭아매야 극한의 장력(張力)이 나옵니다. 발가락으로 움켜쥐고 분문(糞門)을 조아야 온 힘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넘치기 전까지 당기고 멈출수 있어야 만작(滿酌)에 이를 수 있습니다. 중구미를 엎고 깍지손을 비틀어야 타래선(腔線)을 타고 힘차게 날아갑니다. 살은 떠났어도 마음은 놓지 않아야 궁극의 경지(境地)에 다다릅니다. 활에서 최선의 삶을 배웁니다. 활 배웁니다. ※ 용어해설 ☞ 돌셩 : 탄성(彈性) 돌아올려는 성질의 순 우리말 ☞ 복합궁 : 우리나라 활 각궁은 뽕나무,대나무,쇠뿔,쇠심줄 등 여러개의 다양한 재료를 어교(민어부레풀)로 붙인 복합궁이며, 이것이 세계 최대사거리를 내는 비결이다. ☞ 분문(糞門) : 속된말로 ..

활터에서의 해이(解弛)는 전쟁터를 휘감은 긴장(緊張)보다 아름답다. 원로의 인자함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해와 용서는 이미 시위를 떠났다. 평형을 잃어버린 저울처럼 바늘은 벌써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화살촉보다 끔찍한 미움과 편견이 낳은 오해 버티고 선 과녁처럼 오만(傲慢)과 불통(不通)의 리더쉽에 관용과 배려는 널부러진 화살처럼 바닥에 깔려 있다. 모두가 정의를 외치며 신념을 화살에 실어 보내면 언젠가 저 오만(傲慢)의 과녁은 쓰러지고 말 것이다.

옹골찬 발디딤 탓에 아래로 가라앉은 중심 꽉찬 설자리에서도 오롯한 몸가짐 온 다온을 모아 살을 멕이고 들어올리는 양죽이 미쁘다. 그는 몸으로 밀고 마음으로 당긴다. 가득 채웠지만 떨림조차 없다. 그가 날린 살은 살찌가 다르다. 날린 살을 모두 맞추진 못해도 발시 이후 가진 믿음도 절대긍정이었으리 그의 과녁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 ▶ 사법팔절 ( 시의 전개 과정) 발디딤-몸가짐-살먹이기-들어올리기-밀며당기기-만작-발시-잔신 ※ 용어해설 ☞ 옹골차다:속이 꽉 차서 실속이 있다 ☞ 오롯하다:남고 처짐이 없이 고스란히 갖추어져 있다. ☞ 다온: 좋은 모든 일이..

[황학정 박창운 고문님 집궁회갑(1958년 집궁)을 축하드리며..] 하늘에 아뢰고 땅에 고(告)했던 그 날의 그 맹세. 한 순 쏘고 살 거두는니 육십년이 지나갔네. 관중(貫中)에 기뻐하고 사우(射友)들과 웃다 보니 한 세월이 쏜 살 같아. 활터에선 살(矢)도 사람도 떠나면 그 뿐이나 당신께서 버티고 섰던 황학정 설자리(射臺)엔 인향(人香)만 그득하오. ☞ 집궁회갑 (執弓回甲) : 활을 쏘기 시작한 햇수의 환갑.
하늘 향한 두 손이 하늘에 아뢰고 땅을 향한 두 눈이 땅에 아뢰네. 오늘 부터 아무개가 활을 냅니다. 굽어 살피시어 안전과 평온이 깃들게 하소서. 사람이 먼저이고 활은 그 다음이다. 예가 먼저이고 활은 그 다음이다. 안전이 우선이고 시수는 그 다음이다. 상사보다 오늬가 먼저 닿을 수 없는 이치이다. ☞ 용어 해설 √ 집궁례(執弓禮) : 신사가 활을 배운 후 처음으로 활을 잡을 때 하는 활터의 중요한 의식이다. 선례후궁과 궁도9계훈의 실천을 다짐한다. √ 시수(矢數) : 명중한 화살의 수. √ 상사 : 살대 아래에 끼운 대나무통. √ 오늬 : 시위에 끼고 쏘는 화살 윗부분으로 참싸리로 만든다.
수줍은 달이 해와 별 사이로 숨는 날 활 꾼은 부린 활을 얹으며 점화(點火)된 열기를 느낀다. 잔칫집 마당에 쳐진 차일(遮日)위로 쏟아진 햇살이 안쓰러울 무렵 시관의 목소리보다 관중(貫中) 소리가 더 높고, 파란 가을하늘보다 살고가 더 낮다. 앞마당을 가득 메운 맛깔스런 음식과 잔치를 준비한 삭주(朔主)들의 정성이 활터의 긴장감을 어루만질 때 트집난 활을 도지개로 채우듯 맞추고 싶은 욕심도 그렇게 또 사그러 진다. 석양이 무겁을 비추고 정원 등 아래 낮게 깔린 테너의 노래 소리 뜨락은 이미 사람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삭회를 비집어 활터의 미래를 본다. ☞ 용어 해설 √ 삭회(朔會): 음력 초하룻날과 그믐날을 아울러 이르는 말. 황학정은 월례회를 삭회라 부르며 자랑스럽고 오랜 전통을 가진 활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