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활 쏘러 가는 길.. 본문
비 오는 날엔 활 쏘러 가고 싶다.
기왕이면 걸어서 가고 싶다.
시장 통을 헤집고 숲길을 건너서
구중심처(九重沈處) 숨어있는 두루미 활터(黃鶴亭).
발걸음은 아직 종로도서관인데
마음은 이미 과녁에 꽂혀있다.
오늬가 시위를 먹기도 전에.....,
활 쏘러 가는 길은 주저함이 없다.
친구 넘 한잔 하자는 소리도
거짓부렁 바쁘다고 손사래를 친다.
아무리 바빠도 쏜 살 보다 바쁠까?
발 디딤은 아직 설 자리(射臺)인데
눈치는 이미 무겁터를 넘었다.
과녁이 살을 먹기도 전에.....,
몇 순 쏘고 모른 척
헐레벌떡 달려온 내 얼굴엔
비난의 화살이 박힌다.
햇살이 쏟아지는 날에도
활 쏘러 가고 싶고
바람 부는 날도, 눈 오는 날도 ......,
아니 그냥 맨날 활 쏘러 가고 싶다.

☞ 용어 해설
√ 오늬: 화살을 시위에 걸어 끼우기 위한 부품(Nock).
√ 무겁터: 과녁 앞에 웅덩이를 파고 들어 앉아 적중 여부를 확인하는 장소.
√ 순(巡):활 쏘기에서 각 사람이 각각 화살에 다섯 대 까지 쏘는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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