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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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詩)/활터의 사람들

열정(熱情)..(부제: 한 장의 사진이 전하는 말)

활, 시리우스(弓痴) 2021. 11. 22. 16:47

살()도 반백년을 쏘다 보면
뾰족했던 촉도 편편해지듯

젊음이 품고 있던 예리함도 
세월에 따라 무뎌지게 마련일세.

다소 힘이 달리면 
좀 가벼운 살을 보내면 되고

빛바랜 궁대일지언정
허리춤에 잘 묶이면 된다네.

활에 대한 나의 열정은 
사거리가 변치 않았듯

구순(九旬)의 나이에도 변함이 없으니
먼저 간 내 뒷 모습이 기억되기를..

 

 

궁대(弓袋) : 활집. 부린 활을 넣어두는 자루. 고(櫜). 건(鞬). 독(韣). 창(韔).

 

황학정 고 이선중 고문님의 발시 후 잔신 모습이다. 정확한 비정비팔의 발디딤과 발시 후 몸의 균형이 예술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발시 후 줌손은 정확하게 과녁을 향하고 있고 깍지손은 온깍지 발시 후 그 탄성으로 뒤로 젖혀졌으며 줌손이 약간 상향되었고 깍지손은 반대로 하향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한장의 사진은 고인의 활에 대한 열정이 오롯이 승화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당신께서는 뒤에서 이 사진을 찍는지도 몰랐고 이 사진이 남아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사진이 전하는 노궁사의 활에 대한 열정과 진지한 태도. 요즘 활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던 차에 이 한 장의 사진은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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