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궁(詩)/활터의 사람들 (6)
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활터에서 딴 과실로 술 담그는 여무사. 온 다온을 모아익어가는 석달 열흘. 더도 덜도 말고 모두에게 딱 한 모금. 귀한 떡 목 메일라 달고 시원한 배. 쏘는 즐거움 맞추는 재미 베풀고 나눌 줄 아는 넉넉함.둥글게 모이자 웃음꽃이 피었네.활터는 이런 곳이어야 한다.

살(矢)도 반백년을 쏘다 보면 뾰족했던 촉도 편편해지듯 젊음이 품고 있던 예리함도 세월에 따라 무뎌지게 마련일세. 다소 힘이 달리면 좀 가벼운 살을 보내면 되고 빛바랜 궁대일지언정 허리춤에 잘 묶이면 된다네. 활에 대한 나의 열정은 사거리가 변치 않았듯 구순(九旬)의 나이에도 변함이 없으니 먼저 간 내 뒷 모습이 기억되기를.. 궁대(弓袋) : 활집. 부린 활을 넣어두는 자루. 고(櫜). 건(鞬). 독(韣). 창(韔). 황학정 고 이선중 고문님의 발시 후 잔신 모습이다. 정확한 비정비팔의 발디딤과 발시 후 몸의 균형이 예술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발시 후 줌손은 정확하게 과녁을 향하고 있고 깍지손은 온깍지 발시 후 그 탄성으로 뒤로 젖혀졌으며 줌손이 약간 상향되었고 깍지손은 반대로 하향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

좋아하는 일이 같아서인지 남 인데 남 같지 않은 이. 설자리에 나란히 서서 같은 목표를 향해 쏘다. 오가며 스치는 눈 웃음이 지촉(知鏃)의 느낌으로 남는다. 종잡을 수 없는 활터의 바람 말고 사우(射友)의 마음을 읽어라! 오색바람 촉바람이 불어도 정심(正心)을 안고 함께 가는 우리는 온새미로 한통속이어야 한다. ☞ 오색바람 : 방향을 알 수 없이 불어오는 바람. ☞ 촉바람 : 과녁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 지촉(知鏃) : 만작 상태에서 화살촉 ‘상사’ 부위가 줌손의 구부린 엄지손가락 첫마디와 닿는 느낌 ☞ 온새미로 :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 ☞ 한통속 : 서로 마음이 통하여 모이는 한패나 동아리를 가리키는 말.

(박기복 여무사님,이영주 여무사님,박찬민 어르신을 기억하며..) 돌림병이 또아리를 틀자 뜨락에 핀 웃음소리 사라지고 거궁(擧弓) 과 발시(發矢)가 엇갈리며 북적이던 설자리마저 휑해지고 난리통에도 이어졌던 삭회(朔會)는 통지문 조차 띄우지 못했다. 든 자리도 없이 활공부만 하셔서 그런지 어르신 떠나던 날 아무도 난 자리를 알지 못했다. 활터를 등지고 돌아선 순간 긴 세월 쏘아 올렸던 무수한 살찌만 빈 하늘에 잔신(殘身)처럼 남았다. ※ 용어해설 ☞ 거궁(擧弓) : 활 들어 올리기. ☞ 발시(發矢) : 화살을 쏘는 행위. ☞ 잔신(殘身) : 화살은 몸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면 안 된다.
큰 키 때문에 구부정해 보여도 너른 어깨로 한 팔 가득 벌리면 활 터를 한 아름에 안을 듯......, 해학(諧謔)과 익살이 가득 찬 미소를 가진 영원한 소년 칼 자이링거. 푸른 눈의 붉은 열정 활의 원류(源流)를 찾아 떠난 머나먼 여정 온 세상을 돌아 마침내 그대가 이 땅에서 찾은 활의 정수(精髓)가 허위(虛僞)가 없는 온새미로 이길......., 저 너머 푸른 과녁을 노려 보던 빛나던 눈동자엔 오롯이 활 사랑이 서려있네. 두터운 팔뚝으로 당겼던 강궁(强弓)의 시위도 그대의 열정보다 팽팽하진 않으리......, 그대 사랑했던 활로 인해 그대 좋아했던 이 곳에 왔고 이 땅에 흩뿌려진 그 뜨거운 열정은 안으로 수렴되어 다시 세계로......, 당신을 닮은 큰 걸음으로 성큼 나아갈 수 있도록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