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인천 계양 연무정.. 본문
일시 : 2013년 11월10일
장소 : 연무정(인천시 계양구)
지금으로 부터 약 25년전 대학교 2학년생이었던 나는 집 뒷산에 있는 활터에서 당기는 강한 자성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도 운시대가 왔다 갔다 하면서 화살을 실어날으는 모습을 보면서 활을 배우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어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나 : 계양산에 있는 활터에서 활을 배우고 싶습니다.
어머니 : 음.. 활 배우려면 돈도 많이 들고 또 연세드신 분들이 하는 운동이니 니가 나중에 돈 벌어서 활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나는 그 말씀에 활 배우기를 즉시 포기하고 활터에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며칠전 계양산 기슭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연무정에 방문해서 습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25년전 운시대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보았지만 연무정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등산로 입구 왼편 언덕에 자리잡은 연무정은 아담한 크기의 예쁜 활터였고 그 역사도 인천에서 제일 길다는 사두님의 말씀이 있었다.
인천 연무정은 등산로를 가로지르는 활터의 특성으로 내년 쯤에 현재의 자리는 폐쇄되고 인천교대 인근에 최신식으로 활터가 이미 세워져 있는데 그 쪽으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시설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는 하지만 100년 가까운 유서깊은 활터가 등산객에 밀려서 이전을 하는 현실을 보면 전통과 국궁을 인식하는 현재 위정자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 ㅠㅠ
활터는 물론이고 남의 집에 빈 손으로 가지 않는 습성때문에 박카스 두 박스를 들고 들어서는 순간, 사정에 계신 많은 분들이 기쁘게 반겨 주신다. 근간에 황학정 공사 이야기며 입사비 등등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활 많이 내고 가라는 사두님의 격려 말씀도 있고 일단 정의 분위기가 넘 좋다. ^^
먼저 내가 지금껏 방문한 활터 중에서 실력이 단연 으뜸이다. 한 아홉순 내는 동안 몰기만 대여섯차례에 기본 3~4중 하는 것 같다. 후덜덜 ~ 다 들 강궁을 사용하고 계시고 궁체는 물론 시수도 엄청 좋다.
잠시뒤 같이 활을 내던 두 분이 사라지고 안보여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 분들이 습사도중 음식을 준비하러 가신것을 나중에 알았다. 사두님께서 사오신 돼지 목살에 고추,마늘,상추,배추 등 잔뜩 차려 놓으시고 어설픈 황학정 신사를 불러 막걸리도 한잔 따라주시고 다시 한번 반겨주신다. 잔잔한 감동 ^&^
전체적으로 내가 본 느낌은 친구 같이 다정한 사두님의 말씀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듯한 사우들간에 펼쳐지는 다정다감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거기에 더해 음식준비며 나중에 뒷처리까지 깔끔하게 정리하고 먼저 돌아가는 젊은 사우와 습사하느라 함께 거들지 못한 다른 사우들간에 주고 받는 말투는 물론이고 상호간에 정이 넘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사대에 계신 분들이 유단자들이고 또 워낙 내가 살이 짧고 불장난(?)을 해대니 보시기에 안타까우셨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어떤 사우님 : 다들 배운다는 입장에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 (이후 주옥같은 지도 편달이 있었다. ^^)
이후에 이런 저런 가르침을 주신것도 고마운데 겸손까지 하시니 내가 몸 둘바를 모르겠다. 게다가 아직은 신사인데 폼도 좋고 그 정도면 잘 하는 거라는 격려도 잊지 않는다. ^^
충분히 습사도 하고 배도 양껏 채우고 활 공부까지 하고 나니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천 연무정은 어떤 목가적이고 가족적인 리더쉽으로 사두님이하 사원들간에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황학정이 반드시 똑 같은 리더쉽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우리정이 가지는 독특한 리더쉽과 사풍조성으로 이후 우리정을 방문하신 손님이 오늘 내가 느낀 이런 다정다감함과 같은 깊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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