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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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散文)

초몰기(5시5중)..

활, 시리우스(弓痴) 2016. 5. 24. 14:54

황학정에서 활을 배운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인 4월19일 오후 5시 55분경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몰기의 영광이 내게도 찾아왔다. ^^ 시간도 의미가 있는 것이 5시55분에 국궁교실 5기 5번째로 5시5중을 달성했으니 의미있는 숫자 5가 여러번 겹친 진기록이다. ㅎㅎ

그 동안 황학정 시지에 기록된 4중 기록만 십여차례 되는 가운데 유독 한발의 화살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면서 5시5중이 무산되어 사람 애를 태우더니​ 마침내 들고나간 5발의 화살을 모두 명중시키는 짜릿한 기쁨을 맛 보게 된 것이다.

국궁을 배우게 되면 처음 과녁에 화살을 맞추는 초일중과 세발의 화살을 맞추는 초삼중 그리고 다섯발의 화살을 모두 맞추는 초몰기를 한 신사에게 축하를 해주는 전통이 있다. 그중에 단연 초몰기를 으뜸으로 치는데 초몰기를 달성한 신사에게 '접장'이라는 칭호를 붙혀주며 예우를 해준다. 덧붙여 타정에서 손님이 와도 접장이 손님을 안내하고 접대할 수 있기 때문에 활터에서 어른이 되었다는 숨은 의미도 들어 있다. 

어제 까지 초몰기를 하지 못한 '선비' 신분에서 '접장'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으니 의미있는 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그것도 평소 입버릇 처럼 초몰기는 활을 가르쳐 주신 사범님과 김진영 여무사님과 같은 사대에서 달성하기를 바랬는데 바램대로 두 분이 함께 계신 사대에서 한 몰기라 더욱 의미가 있다. ^^

그럼 짜릿했던 초몰기 상황을 다시 한번 반추 해 보자 !!

활이든 골프든 뭔 내기가 동반이 되야 재미가 배가 된다. ㅎㅎ 

밋밋한 습사로 다소 김이 빠져 심심하던 차에 박사범​님께서 재밌는 제안을 하셨다. 뭔가를 하나 걸고 편사를 하자고 꼬셨다. 한참 시수가 잘 나던 김형국 접장님과 김진영 여무사님이 한편을 먹고 사범님과 내가 한편으로 편을 나눴는데 마땅히 걸고 할 것이 없어서 아까 간식을 먹고 난 설겆이를 누가 할 것인지 편사로 정하자고 하셨다. 일명 설겆이 편사 ㅋㅋ

그 이전까지 형편없는 시수를 보이던 나는 내기가 걸리자 눈빛과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난 원래 그런 놈이다. ㅋㅋ

결과적으로 5:4로 무릅을 꿇긴 했지만 나름 2중으로 체면을 세운 나는 빗나간 나머지 세발도 아슬아슬하게 과녁을 벗어나면서 초몰기의 전조를 밝혔다. ^^

김진영 여무사님도 사뭇 달라진 살걸음에 놀라는 눈치가 역력했고 잠시 뒤 혹시 하게 될지도 모르는 '아나고 구이' 편사에 대비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 순은 연습으로 쏘고 다음순에 '아나고 구이' 편사를 하던 뭘 하던 편사를 한번 더 하기로 하고 사대에 섰다. 

3관에서서 활을 쐈는데 같이 사대에서 쏘던 분들이 모두 초시를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초시부터 관중을 했다.  

2시도 거의 초시와 같은 살걸음으로 힘차게 날아가 과녁의 상단을 맞추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별 기대 없이 활을 쏘았는데 문제의 3시를 날린 순간 장탄식을 날렸다.

'아~ 짧은가 보다.'

 

다소 짧지 않을까 우려를 했는데 다행이 3관 과녁 발톱위를 때렸다. 휴우~

이때부터 긴장감이 엄습하면서 뭔가 초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 이런 기대가 고개를 치켜 들었다. 다음으로 날린 4시는 아까 날린 1시와 2시 같이 빠른 살걸음으로 과녁의 상단을 때렸다.

혹시 긴장감이나 쓸데 없는 부담을 줄까 우려하신 사범님과 두 접장님들께서 짐짓 모른척 하시면서 집중 할 수 있도록 무언의 응원을 해주셨다.

하지만 이미 4중을 십여차례 했지만 몰기를 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던 나는 마침 옆 사대에서 활을 다 내시고 운시대에서 화살을 꺼내 오시던 장동열 접장님과 유흥렬 접장님을 발견했다. 차마 사대에서 말은 못하고 (習射無言) 손짓으로 이미 4중을 했고 이제 마지막 한발이 남았으니 뒤에서 구경을 하라고 손짓으로 불러댔다. 나중에 들은이야기지만 이때 김진영 여무사님께서 몹시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하셔서 모두 웃었다. 설레발 친 인간의 말로를 많이 보셨다고 .....,

당시 사대에 있던 많은 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5시를 날렸다.

발시 이후 풍기를 보니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부는 상황이었는데 시위를 놓는 순간 아! 잘못 쐈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과녁의 오른쪽으로 살이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람도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이라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꽝 !! (번쩍)

마지막 5시가 3관 과녁의 우측 상단을 때리며 빨간 불이 들어왔다. 오시오중을 달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사대에서는 사대대로 환호하고 사대 윗편에서는 다른 접장님들의 환호도 쏟아졌다. 서둘러 기념사진도 찍고 다른 사원분들의 칭찬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5시5중을 달성해서 접장이 되었으니 이제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좀 더 탄탄한 궁체를 완성하고 실력을 키우는데 정진하고 대외적으로는 황학정에 화해와 포용의 새로운 리더쉽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하여 건전하고 즐거운 활 문화를 이뤄나가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끝으로 활을 가르쳐주신 사범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여러모로 부족한 신사가 초몰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응원해준 황학정 사우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 글을 맺는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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