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고사성어를 통해서 본 활쏘기의 매력.. 본문

국궁(散文)

고사성어를 통해서 본 활쏘기의 매력..

활, 시리우스(弓痴) 2019. 3. 28. 10:23

 

제1편 : 격물치지(格物致知)

 

2013년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황학정 국궁교실에 입교를 하였다.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바닥에 빛바랜 양탄자가 깔린 어수선한 풍경이었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물건들이 사방을 둘러싸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옷걸이 처럼 생긴 벽걸이에 수 없이 매달린 개량궁도 신기했지만 교실 바닥에 놓여있는 도지개와 각종 활 관련 용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나는 국궁교실 정면에 걸린 격물치지라는 현판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긴 한데 격물치지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 현판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격물치지란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 등장하는 말인데 그 뜻은 다음과 같다.

 

격물치지(格物致知) : 모든 사물은 끝까지 파고 들면 그 이치를 알게 된다.

 

한자를 뜻 대로 해석하면 단순한 고사성어인것 같아도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 주자의 설 : 만물(萬物)은 모두 한 그루의 나무와 한 포기의 풀에 이르기까지 각각 ‘이(理)’를 갖추고 있다. ‘이’를 하나하나 깊이 따져 들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물의 겉과 속, 그리고 정교함(精)과 더침(粗조)을 명확히 알 수가 있다.

 

△ 왕양명의 설 : 격물(格物)의 ‘물’이란 사(事)이다. ‘사’란 어버이를 섬긴 다던가 임금을 섬긴 다던가 하는 마음의 움직임, 곧 뜻이 있음을 말한다. ‘사’에는 마음이 있고, 마음밖에는 ‘물(物)’도 없고 ‘이(理)’도 없다. 그러므로 격물의 ‘격(格)’이란 ‘바로 잡는다’라고 읽어야 하며 ‘사’를 바로잡고 마음을 바로 잡는 것이 ‘격물’이다. 악을 떠나 마음을 바로 잡음으로써 사람은 마음속에 선천적으로 갖추어진 양지(良知 :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타고난 지능, 즉 양명학에서 말하는 마음의 본체)를 명확히 할 수가 있다. 이것이 지(知)를 이루는(致치) 것이며 ‘치지(致知)’이다.

 

상기 이론을 다시 요약하면,

주자학파 : 사물을 하나씩 끝까지 따지고 파헤쳐 들어가면, 그것의 이치를 인식할 수 있다.

 

양명학파 : 연구로는 불충분하다. 사람의 마음이 올바를 때 비로소 바로 인식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대 중국인들은 한자 네 글자 써 놓고 뜻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기도 하고 또 마음으로 그 의미를 해석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학설과 학파를 생산해 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양명학파의 해석에 빗대어 보면 몸과 마음을 항상 바르게 한다는 정심정기(正心正己)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국궁교실 학생일때는 저 글이 왜 이 교실에 붙어 있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 그 의미에 조금씩 다가선다. 올 4월 삭회에는 국궁교실에 들러 격물치지 현판을 다시 한번 보러 가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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