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행복한 활쏘기.. 본문
언젠가 어느 식당에 황학정 사우들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간적이 있다. 좌중에 계신 분들이 동호회 분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활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식당 사장 : 그런데 활쏘기는 어떤 점이 매력이 있습니까? (그는 우리 일행 중 한 분과 지인이셨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눈을 껌뻑인다. 잠시 고요가 흐르던 찰라 빛나는 순발력으로 구라를 풀기 시작했다.ㅎㅎ
나 : 인간에게는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무엇인가를 몸 밖으로 보다 멀리 보내는데 쾌감을 느끼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선수가 홈런을 치면 보는 것 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흥분되지 않습니까? 낚시도 캐스팅을 해서 미끼를 최대한 멀리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골프도 드라이버 샷을 날리면 뭔가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들 장타에 열광하듯이..
일단 활을 쏘면 화살이 얼추 150미터를 날아갑니다. 또 뭔가 웅크렸다가 펼치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발시 순간에 앞에서 이야기 한 멀리 보내는데 느끼는 그런 쾌감을 먼저 느낍니다. 그런데 그 화살이 관중까지 되면 기분이 최고가 됩니다. 145미터 밖에 있는 과녁과 저와의 교감.. 뭐 그런 겁니다.
식당 사장 :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 것도 같습니다. ^^~
전혀 준비된 멘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생각해봐도 활쏘기의 매력을 단순하고 알아듣기 쉽게 잘 표현한 것 같다. ㅎㅎ
솔직히 나는 스나이퍼 체질은 아닌 것 같다. 효력사를 하는 여러 병사 중 한명이며 발군의 기량을 보이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변명같지만 자주 습사를 나가지는 못해서 그런지 실제로 이런 마음으로 매번 사대에 선다.
설령 내 화살이 과녁에 관중하지 않더라도 발시 순간에 이미 나의 근심,스트레스,불안 내 몸에 안 좋은 모든 요소는 화살에 실어 보낸다. 예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 보는 것 만으로 이미 행복하다. 전술했다시피 그 화살이 관중이 되면 기쁨은 서너배로 뛴다.
그리고 설사 관중이 되지 않았더라도 굉장히 기분이 좋은 경우는 화살 빠지는 소리가 경쾌하고 살이 과녁위를 살짝 넘어가는 그런 화살이다. 반대로 관중이 되었어도 자세도 좋지 않고 시위가 둔탁한 소리를 내는데도 운 좋게 관중이 되는 경우는 기쁨이 반감된다.
나는 관중이 되던 안 되던 습사 그 자체로 이미 행복하고 아까 말한 뭔가 웅크렸다가 펼치는 그런 느낌을 매번 느낄 수 있는 활쏘기가 정말 좋다. 관중이 되던 되지 않던 오늘도 내일도 나의 행복한 활쏘기는 쭈욱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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