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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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散文)

뺨안개..

활, 시리우스(弓痴) 2019. 11. 12. 14:33

지난주 국궁교실 13주차 교육이 종료된 시점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두번의 야외습사에도 불구하고 중의 짜릿함을 맛보지 못한 터라 그 아쉬움은 더욱 증폭되었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이 관중을 하지 못했지만 감질맛 나는 것이 살착(?)이 형성된 것이 과녁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통이 맞으면 덜가서 안맞고 한이 맞으면 주로 앞나는 경우가 많았다.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박용범 사범님 : 오늘로써 13주차 교육은 모두 종료되고 앞으로는 황학정 입사 희망자를 대상으로 수요일 저녁에 황학정에서 습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거리가 너무 짧거나 위험하다고 판단 되는 경우는 습사에서 제외됩니다. 부지런히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수요일 저녁 좀 서둘러 퇴근을 하고 국궁전수관에 도착하니 이미 먼저 오신 분들이 연습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나도 서둘러 궁대를 메고 살먹여 당기기,고침쏘기를 몇번 하니 박사범님께서 등장하셨다.

아직은 위험하니 고침쏘기나 주살연습을 좀 더 하자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부족한 실력탓에 모두 사범님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이번에 새로 구입한 활과 화살통을 찾더니 단숨에 사대로 올랐다.

1인당 3발씩을 수령한 우리는 사대에 서서 역사적인 첫 황학정 습사의 기쁨을 채 만끽하기도 전에 시위를 당겨 표적을 겨냥한 후 발시를 감행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나 : 활 배웁니다. ! (많이 맞추세요..)

 

항상 덜가거나 앞나는 경우가 많아서 나름 오조준을 한다고 하고 첫 발시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살이 덜가서 과녁 5미터 전에 떨어졌는데 뒤나는 경우가 발생했다. 웬일인가 하고 물끄러미 바라보니 고전초소 상단의 슬리브타겟(Sleeve target)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나 - 아뿔싸 !!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부는 구나 !!

 

집궁시제원칙 제 1/2원칙을 망각한 것이다.

先察地形 後觀風勢 - 먼저 지형을 보고 난 후 바람을 살핀다.

 

황학정은 평사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보고 쏘기 때문에 평사에 비해 중력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고 따라서 약간 더 강하게 쏘던지 아님 줌손을 좀 더 들고 쏘아야 했다. 여기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부는 바람이니 과녁의 오른편을 향해 오조준해야 했는데 그게 않된 결과가 첫번째 화살이 덜가고 뒤난 경우가 된 것이다.

 

두번째 화살도 위의 경우를 상기하며 과감하게 활을 쏘았는데 이번엔 한은 맞는데 통이 맞지 않아서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아직 여러가지로 서툰면이 많은 나는 그 중에서 제일 않되는게 화살의 살대가 입꼬리 아래를 지나가듯 뺨에 붙이는 동작이다. 항상 약 1~2센티미터 정도 떨어뜨려 쏘는 편인데 나도 내가 그렇게 쏘는지를 몰랐는데 여러번 지적을 받았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범님께서 다시 지적하셨다.


이런식으로 쏘다 보니 어느듯 9발을 다 쏘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이번 습사에도 관중은 없었다. 야속하게도

 

박사범님 : 어두워져서 너무 위험하고 화살을 찾지 못할 것이니 아쉽더라도 오늘의 습사는 여기서 종료합니다.

 

황학정에서의 사상 첫 습사도 허무하게 관중을 하지 못한 나는 반구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골프에서 퍼팅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헤드업이다. 이 헤드업을 하지 말라는 숱한 충고와 지속적인 훈련에도 불구하고 헤드업을 지속하는 아마추어의 고육지책 골프장갑에 커다랗게 써놓는다.

 

머들개 - 머리 들면 개

 

난 다음에 개인 활과 화살을 사면 꼭 써놔야 겠다. 뭐라고 ???

 

뺨안개 - 뺨에 안 붙이면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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