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수줍은 달이 해와 별 사이로 숨는 날 활 꾼은 부린 활을 얹으며 점화(點火)된 열기를 느낀다. 잔칫집 마당에 쳐진 차일(遮日)위로 쏟아진 햇살이 안쓰러울 무렵 시관의 목소리보다 관중(貫中) 소리가 더 높고, 파란 가을하늘보다 살고가 더 낮다. 앞마당을 가득 메운 맛깔스런 음식과 잔치를 준비한 삭주(朔主)들의 정성이 활터의 긴장감을 어루만질 때 트집난 활을 도지개로 채우듯 맞추고 싶은 욕심도 그렇게 또 사그러 진다. 석양이 무겁을 비추고 정원 등 아래 낮게 깔린 테너의 노래 소리 뜨락은 이미 사람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삭회를 비집어 활터의 미래를 본다. ☞ 용어 해설 √ 삭회(朔會): 음력 초하룻날과 그믐날을 아울러 이르는 말. 황학정은 월례회를 삭회라 부르며 자랑스럽고 오랜 전통을 가진 활터의 ..
비 오는 날엔 활 쏘러 가고 싶다. 기왕이면 걸어서 가고 싶다. 시장 통을 헤집고 숲길을 건너서 구중심처(九重沈處) 숨어있는 두루미 활터(黃鶴亭). 발걸음은 아직 종로도서관인데 마음은 이미 과녁에 꽂혀있다. 오늬가 시위를 먹기도 전에....., 활 쏘러 가는 길은 주저함이 없다. 친구 넘 한잔 하자는 소리도 거짓부렁 바쁘다고 손사래를 친다. 아무리 바빠도 쏜 살 보다 바쁠까? 발 디딤은 아직 설 자리(射臺)인데 눈치는 이미 무겁터를 넘었다. 과녁이 살을 먹기도 전에....., 몇 순 쏘고 모른 척 헐레벌떡 달려온 내 얼굴엔 비난의 화살이 박힌다. 햇살이 쏟아지는 날에도 활 쏘러 가고 싶고 바람 부는 날도, 눈 오는 날도 ......, 아니 그냥 맨날 활 쏘러 가고 싶다. ☞ 용어 해설 √ 오늬: 화살을 ..
겹 처마 너른 팔작지붕은 인향(人香)을 담아내고 사분합문(四分閤門)은 접어서 걷어 올려 서까래 밑 들쇠에 걸어라! 촘촘한 우물마루야! 관심(關心)을 흘리지 마라 어명(御命)이닷 !! 기둥을 이고선 장초석(長礎石)아! 꼼짝 말고 서 있거라! 담장을 따라 핀 능소화야! 너 라도 속 절 없인 지지 마라 반상(班常)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전설 속의 황학(黃鶴)도 가고 이름 드높던 오사정(五射亭)마저 사라졌건만 어명으로 세운 사정(射亭)이라 정(亭)을 향해 길이 넙죽 엎드리고 있다. ☞ 용어 해설 √ 겹 처마:처마 끝의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잇대어 달아낸 처마. √ 팔작지붕:한식(韓式)가옥의 지붕구조의 하나로 합각(合閣)지붕 ·팔작집 이라고도 한다 지붕 위까지 박공이 달려 용마루부분이 삼각형의 벽을 이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