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활은 靜이다. 땅바닥을 움켜쥔 발가락의 위엄(威嚴) 가슴은 비우고 턱끝을 죽머리에 묻어라 팽팽하게 늘려진 목덜미 만작 시(滿酌 時) 네 시위도 그러하리라 활은 中이다. 몸의 중심(中心)은 불거름에 둬라 머리끝 발끝을 똑바로 세워라 몸과 마음이 바로 서야 곧장 날아간다. 활은 動이다. 물동이를 이듯 머리위로 들어올려 태산(泰山)을 밀고 호랑이 꼬리 처럼 비틀어 펴라. 하삼지(下三指)로 밀고 뼈로 당겨라. 활은 痛이다. 다리통에 힘을 주고 분문(糞門)을 조여라 깍지손을 짓누르는 시위의 압박(壓迫) 과녁(貫革)에 부딪힌 상사의 외마디 비명(悲鳴)이 그 증거(證據)다. 활은 忍이다. 중구미를 엎고 또 엎어라 등죽지가 붙을 만큼 가슴을 펴라 만작(滿酌)에서 더 버텨라 버틴 후 젖혀서 저절로 살이 시위를 떠나게 하..
소인(小人)은 설자리(射臺)에서 욕심을 쏘고 군자(君子)는 그저 활을 낸다. 궁수는 춤추듯 활을 내고 시위는 활속에서 살은 과녁속에서 춤을 춘다. 과녁은 꿰뚫어야 할 목표(目標)가 아니라 덜 가는 모자람을 꾸짖고 더 가는 넘침을 가르는 경계(境界)다. 살은 더 가고자 분을 이기지 못해 과녁속에서 몸을 떤다. 과녁은 살을 품어 어루만지는 손길이며 만족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소인은 설자리(射臺)에서 교만을 쏘고 군자는 그저 활을 낸다. ☞ 용어 해설 √ 과녁(貫革): 활이나 총 따위를 쏠 때 표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건.√ 설 자리:활을 쏠 때 서는 자리,사대(射臺) √ 낸다 : 활을 쏘는 것.
어느 날, 활을 배운 후뼈에 새기고 감성의 폐부(肺腑)를 찌르고 근육을 달구어 버린 활활 때문에 울고 웃고 활로 죽고 살고활이 위험한 이유는 날카로운 촉이나 가공(可恐) 할 속도가 아니라 그 치명적인 유혹(誘惑)에 있다.당긴만큼 강하게 버틴만큼 은근하게 날아간 거리만큼 빠져들고 맞춘 만큼 멍이든다.오늘 만큼은 절피를 질끈 동여매고 다시 겨냥한다. 목표는 언제나 사선(射線) 위에 있다. ☞ 용어 해설 √ 절피: 활 시위의 오늬를 먹이는 부분에 감은 실 또는 실로 감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