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궁(詩) (44)
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눈 털기에 나선다. 기울기가 가팔라 쌓일것 같지 않더니 과녁 두께만큼 쌓여있다. 눈비를 뚫고 날아간 화살에 맥없이 떨어지는 눈. 미움도 원망도 떨어지는 눈처럼 우리속에서 사라지길......, 과녁을 짓누르던 눈이 눈 털기로 털썩 주저앉더니 무겁엔 물만 고여있더라.

활터에서의 해이(解弛)는 전쟁터를 휘감은 긴장(緊張)보다 아름답다. 원로의 인자함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이해와 용서는 이미 시위를 떠났다. 평형을 잃어버린 저울처럼 바늘은 벌써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화살촉보다 끔찍한 미움과 편견이 낳은 오해 버티고 선 과녁처럼 오만(傲慢)과 불통(不通)의 리더쉽에 관용과 배려는 널부러진 화살처럼 바닥에 깔려 있다. 모두가 정의를 외치며 신념을 화살에 실어 보내면 언젠가 저 오만(傲慢)의 과녁은 쓰러지고 말 것이다.

옹골찬 발디딤 탓에 아래로 가라앉은 중심 꽉찬 설자리에서도 오롯한 몸가짐 온 다온을 모아 살을 멕이고 들어올리는 양죽이 미쁘다. 그는 몸으로 밀고 마음으로 당긴다. 가득 채웠지만 떨림조차 없다. 그가 날린 살은 살찌가 다르다. 날린 살을 모두 맞추진 못해도 발시 이후 가진 믿음도 절대긍정이었으리 그의 과녁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 ▶ 사법팔절 ( 시의 전개 과정) 발디딤-몸가짐-살먹이기-들어올리기-밀며당기기-만작-발시-잔신 ※ 용어해설 ☞ 옹골차다:속이 꽉 차서 실속이 있다 ☞ 오롯하다:남고 처짐이 없이 고스란히 갖추어져 있다. ☞ 다온: 좋은 모든 일이..

[황학정 박창운 고문님 집궁회갑(1958년 집궁)을 축하드리며..] 하늘에 아뢰고 땅에 고(告)했던 그 날의 그 맹세. 한 순 쏘고 살 거두는니 육십년이 지나갔네. 관중(貫中)에 기뻐하고 사우(射友)들과 웃다 보니 한 세월이 쏜 살 같아. 활터에선 살(矢)도 사람도 떠나면 그 뿐이나 당신께서 버티고 섰던 황학정 설자리(射臺)엔 인향(人香)만 그득하오. ☞ 집궁회갑 (執弓回甲) : 활을 쏘기 시작한 햇수의 환갑.
벼락 같은 화살이 하늘을 새까맣게 덮어도 당신의 옆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둔한 세상이 당신을 궁지로 내몰고 모두가 손가락질 해도 한 결 같은 마음으로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진실이 잠시 눈 감을때 정의가 사라진 듯 해도 먹구름을 뚫고 솟아나는 찬란한 햇살을 그리며 당신의 고통을 함께하면서 약자를 보호하고 의를 행하렵니다. [영화 킹덤오브헤븐에서 기사도에 대한 대사] 적 앞에서 결코 두려워 하지 말라! 늘 용기있게 선을 행하고 생명을 걸고 진실만을 말해라! 약자를 보호하고 의를 행하라! 그것이 너의 소명이다
하늘 향한 두 손이 하늘에 아뢰고 땅을 향한 두 눈이 땅에 아뢰네. 오늘 부터 아무개가 활을 냅니다. 굽어 살피시어 안전과 평온이 깃들게 하소서. 사람이 먼저이고 활은 그 다음이다. 예가 먼저이고 활은 그 다음이다. 안전이 우선이고 시수는 그 다음이다. 상사보다 오늬가 먼저 닿을 수 없는 이치이다. ☞ 용어 해설 √ 집궁례(執弓禮) : 신사가 활을 배운 후 처음으로 활을 잡을 때 하는 활터의 중요한 의식이다. 선례후궁과 궁도9계훈의 실천을 다짐한다. √ 시수(矢數) : 명중한 화살의 수. √ 상사 : 살대 아래에 끼운 대나무통. √ 오늬 : 시위에 끼고 쏘는 화살 윗부분으로 참싸리로 만든다.
줌손은 밀고 또 밀고 끝 까지.. 깍지손은 당기고 당겨 끝 까지.. 굳히고 발시(發矢) 전까지 끝 까지.. 과녁에 눈 떼지 말고 끝 까지.. 살이 떠났어도 잔신(殘身)까지 끝 까지.. 우리 삶도 포기 하지 말고 끝 까지..
가시가 치켜든 줌손이 삶의 지표가 되고 버시의 깍지손으로 미래를 쏠 시위를 당긴다. 서로의 줌손과 깍지손으로 관중(貫中)이 아니어도 원망도 미련도 없이 같이 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기를......, 가시버시가 쏜 살이 미치지 못 할 지라도 실망도 포기도 없이 같은 쪽을 보고 있음에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가시의 줌손으로 거문고(琴) 버시의 깍지손으로 비파(瑟) 금슬(琴瑟)이 깊어지기를......, ※ 용어 해설 ☞ 줌손 : 활 몸체를 잡는 손. ☞ 깍지손 : 깍지 끼는 손. 활 시위를 당기는 손. ☞ 가시버시 : 부부(夫婦)’를 낮추어 이르는 말.
오해는 쏜 살 같이 풀리고 이해는 관중(貫中)처럼명백해지기를......, 편견(偏見)은 오늬에 실어날려 보내고 어짊과 너그러움은시위처럼 다시 제 자리에......, 의무와 권리가설자리처럼 평평하고 사람의 무겁기가장초석과 같아져라. 사람에 대한 미움은과녁마냥 튕겨버리고 사랑의 눈길은궁대 매듯 묶어 두기를......, 배려하는 손길은깍지손 젖히듯 넓게 펼치고 감사하는 마음은줌손 버티듯 견고하게......, 존경과 자애는 잔신(殘身)처럼 길게 여운을 남겨라! 사람의 바르기가화살과 같아져라. ☞ 용어 해설 √ 잔신(殘身) : 화살은 몸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면 안 된다.발시를 하고 난 뒷동작이다.
초시부터 관중이요 !! 활 잘쏘는 사람 고구려 세운 주몽이 날린 우는 살(嚆矢) 이요 ! 이시도 관중이요 !! 당태종 이세민 한쪽 눈 감겨버린 안시성 양만춘의 화살이요 ! 삼시도 관중이요 !! 몽골의 원수(元帥) 살리타이 명줄 끊어버린 처인성 김윤휴의 화살이요 ! 사시도 관중이요 !! 아기발도(阿其拔都) 투구끈을 날리고 화살을 적의 아가리에 쑤셔넣은 황산전투 이성계의 화살이요 ! 오시오중(五矢五中 )이요 !! 인왕산 아래 유서깊은 활터에서 무명(無名)의 고흥식이 날린 천금같은 일시요 ! 접장(接長)의 완성이오 !! ☞ 용어 해설 √ 우는 살 (嚆矢) : 옛날에 전쟁을 시작할 때 소리가 나는 화살을 쏘아 올려 신호 삼아 전투를 開始(개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