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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줏대 없는 풍기(風旗)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마라! 자리를 틀었으면 살이 쏟아지든 말든 옴짝달싹 과녁마냥 움켜쥐고 버티고 서라! 이마 마주 보고 선 과녁 활짱과 시위가 멀어질 때 견갑골은 등 뒤에서 부딪히고 등힘이 돌아 나와 가슴팍에서 머물 때 표(標)가 성큼 들어와도 한번 더 굳히고 발시(發矢)하라! 몸으로 쏘지 말고 마음으로 쏴라! 기교(技巧)로 쏘지 말고 궁체(弓體)로 쏴라! 힘 보다는 기(氣)로 쏘고 버티고 쪼으고 기어이 연삽하게 내라! ☞ 용어 해설 √ 궁체(弓體): 활 쏘는 자세. √ 풍기(風旗) : 활터에서 바람을 방향을 알기 위해 높이 매단 깃발. √ 시위: 활에 화살을 꽂아 잡아 당기는 줄. √ 등 힘: 활잡은 줌손의 손목으로부터 어깨까지 손등과 팔등의 힘이 균일하게 뻗는힘. √ 연삽하다:..
수줍은 달이 해와 별 사이로 숨는 날 활 꾼은 부린 활을 얹으며 점화(點火)된 열기를 느낀다. 잔칫집 마당에 쳐진 차일(遮日)위로 쏟아진 햇살이 안쓰러울 무렵 시관의 목소리보다 관중(貫中) 소리가 더 높고, 파란 가을하늘보다 살고가 더 낮다. 앞마당을 가득 메운 맛깔스런 음식과 잔치를 준비한 삭주(朔主)들의 정성이 활터의 긴장감을 어루만질 때 트집난 활을 도지개로 채우듯 맞추고 싶은 욕심도 그렇게 또 사그러 진다. 석양이 무겁을 비추고 정원 등 아래 낮게 깔린 테너의 노래 소리 뜨락은 이미 사람의 향기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삭회를 비집어 활터의 미래를 본다. ☞ 용어 해설 √ 삭회(朔會): 음력 초하룻날과 그믐날을 아울러 이르는 말. 황학정은 월례회를 삭회라 부르며 자랑스럽고 오랜 전통을 가진 활터의 ..
비 오는 날엔 활 쏘러 가고 싶다. 기왕이면 걸어서 가고 싶다. 시장 통을 헤집고 숲길을 건너서 구중심처(九重沈處) 숨어있는 두루미 활터(黃鶴亭). 발걸음은 아직 종로도서관인데 마음은 이미 과녁에 꽂혀있다. 오늬가 시위를 먹기도 전에....., 활 쏘러 가는 길은 주저함이 없다. 친구 넘 한잔 하자는 소리도 거짓부렁 바쁘다고 손사래를 친다. 아무리 바빠도 쏜 살 보다 바쁠까? 발 디딤은 아직 설 자리(射臺)인데 눈치는 이미 무겁터를 넘었다. 과녁이 살을 먹기도 전에....., 몇 순 쏘고 모른 척 헐레벌떡 달려온 내 얼굴엔 비난의 화살이 박힌다. 햇살이 쏟아지는 날에도 활 쏘러 가고 싶고 바람 부는 날도, 눈 오는 날도 ......, 아니 그냥 맨날 활 쏘러 가고 싶다. ☞ 용어 해설 √ 오늬: 화살을 ..
겹 처마 너른 팔작지붕은 인향(人香)을 담아내고 사분합문(四分閤門)은 접어서 걷어 올려 서까래 밑 들쇠에 걸어라! 촘촘한 우물마루야! 관심(關心)을 흘리지 마라 어명(御命)이닷 !! 기둥을 이고선 장초석(長礎石)아! 꼼짝 말고 서 있거라! 담장을 따라 핀 능소화야! 너 라도 속 절 없인 지지 마라 반상(班常)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고 전설 속의 황학(黃鶴)도 가고 이름 드높던 오사정(五射亭)마저 사라졌건만 어명으로 세운 사정(射亭)이라 정(亭)을 향해 길이 넙죽 엎드리고 있다. ☞ 용어 해설 √ 겹 처마:처마 끝의 서까래 위에 짧은 서까래를 잇대어 달아낸 처마. √ 팔작지붕:한식(韓式)가옥의 지붕구조의 하나로 합각(合閣)지붕 ·팔작집 이라고도 한다 지붕 위까지 박공이 달려 용마루부분이 삼각형의 벽을 이루고..
활은 靜이다. 땅바닥을 움켜쥔 발가락의 위엄(威嚴) 가슴은 비우고 턱끝을 죽머리에 묻어라 팽팽하게 늘려진 목덜미 만작 시(滿酌 時) 네 시위도 그러하리라 활은 中이다. 몸의 중심(中心)은 불거름에 둬라 머리끝 발끝을 똑바로 세워라 몸과 마음이 바로 서야 곧장 날아간다. 활은 動이다. 물동이를 이듯 머리위로 들어올려 태산(泰山)을 밀고 호랑이 꼬리 처럼 비틀어 펴라. 하삼지(下三指)로 밀고 뼈로 당겨라. 활은 痛이다. 다리통에 힘을 주고 분문(糞門)을 조여라 깍지손을 짓누르는 시위의 압박(壓迫) 과녁(貫革)에 부딪힌 상사의 외마디 비명(悲鳴)이 그 증거(證據)다. 활은 忍이다. 중구미를 엎고 또 엎어라 등죽지가 붙을 만큼 가슴을 펴라 만작(滿酌)에서 더 버텨라 버틴 후 젖혀서 저절로 살이 시위를 떠나게 하..
소인(小人)은 설자리(射臺)에서 욕심을 쏘고 군자(君子)는 그저 활을 낸다. 궁수는 춤추듯 활을 내고 시위는 활속에서 살은 과녁속에서 춤을 춘다. 과녁은 꿰뚫어야 할 목표(目標)가 아니라 덜 가는 모자람을 꾸짖고 더 가는 넘침을 가르는 경계(境界)다. 살은 더 가고자 분을 이기지 못해 과녁속에서 몸을 떤다. 과녁은 살을 품어 어루만지는 손길이며 만족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소인은 설자리(射臺)에서 교만을 쏘고 군자는 그저 활을 낸다. ☞ 용어 해설 √ 과녁(貫革): 활이나 총 따위를 쏠 때 표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건.√ 설 자리:활을 쏠 때 서는 자리,사대(射臺) √ 낸다 : 활을 쏘는 것.
어느 날, 활을 배운 후뼈에 새기고 감성의 폐부(肺腑)를 찌르고 근육을 달구어 버린 활활 때문에 울고 웃고 활로 죽고 살고활이 위험한 이유는 날카로운 촉이나 가공(可恐) 할 속도가 아니라 그 치명적인 유혹(誘惑)에 있다.당긴만큼 강하게 버틴만큼 은근하게 날아간 거리만큼 빠져들고 맞춘 만큼 멍이든다.오늘 만큼은 절피를 질끈 동여매고 다시 겨냥한다. 목표는 언제나 사선(射線) 위에 있다. ☞ 용어 해설 √ 절피: 활 시위의 오늬를 먹이는 부분에 감은 실 또는 실로 감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