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아무때고 황학정(黃鶴亭)에 가면 과거와 현재가 층층이 쌓여있다. 우두커니 서 있는 과녁 삼형제 너머 병풍 같은 마천루(摩天樓)가 버티고 감투바위 아래 젖은 풀잎사이로 돋보이는 꽃무릇에 윤이 난다. 활꾼의 시위가 차오르고 살(矢)이 한 배를 얻을 즈음 시수꾼의 옅은 미소가 과녁을 향해 번진다. 사우회관(射友會館) 유리창 속에 벌써 가을 활터가 걸려있다. [사진] 황학정 박하식 접장님. [사진] 황학정 김진영 여무사님. ※ 시 해설 가을 하늘아래 활터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황학정 사우회관(射友會館)에 서있는 필자를 기점으로 원경(遠景)에서 부터 점점 시각이 근경(近景)으로 [마천루-과녁-감투바위-설자리- 사우회관]옮겨 온다. ※ 용어해설 ☞ 마천루(摩天樓) : 과밀한 도시에서 토지의 고도 이용이라는 측면..

더위가 한창이라달구어진 설자리엔활꾼의 열정도 바짝 말라있다. 불볕에 익어버린 감투바위는예사로운 듯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아모든것이 멈춘 섬 풍경을 닮았다.그와중에 만개한 능소화(金藤花)가슬그머니 목책을 넘어 이리기웃 저리기웃. 개자리에 시들어버린 풍기(風旗)도 붕어죽에 활병난 한량마냥 가는바람에 삐죽거리고 있다. 산자락을 따라 늘어선 골짜기가활터의 열감(熱疳)을 죄다 끌어안아게으른 여름 한나절이 지나간다. ☞ 용어해설▲ 참나리 :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 산야에서 자라는 식물로, 높이 1∼2m이며 흑자색이 돌고 흑자색 점이 있다. ▲ 능소화 :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능소화과의 낙엽성 덩굴식물.개인적으로 여름 활터에 가장 어울리는 꽃이다.^^ ▲ 개자리 : 과녁 앞에 웅덩이 등을 파고 사람..

수줍은 달(月)이 별을 사이에 두고 해(日)와 줄다리기를 합니다. 밀물처럼 함께 나아가고 썰물처럼 하나같이 물러섭니다. 활은 어느 한쪽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릅니다. 무겁에 있는 사람은 설자리(射臺)가 보이지 않습니다. 빈활을 당기는지 습사를 하는지 함께 들고 나야 모두가 안전합니다. 다시 달이 별 사이에서 해와 줄다리기를 합니다. ☞ 용어해설 ▲ 동진동퇴(同進同退) : 사대에 입장시 함께 들어가고 발시 후 질서를 지키면서 함께 퇴장한다는 의미. ▲ 밀물과 썰물 : 발생원인은 바닷물의 움직임은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이 회전운동을 하면서 발생합니다. ▲ 균형(均衡) :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