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끊어질 듯 우직거리는 시위 절대 부러지지 않는 아랫장 덕에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탄생한살(矢)은 출전피(出箭皮)를 떠난다. 살(矢)이 곧장 가는 것 처럼 보여도 이리저리 헤엄치 듯 날 수 밖에 없다. 때로는 촉바람 어떤 때는 오늬바람 눈비를 뚫기도 하고....., 포물선을 그린 살(矢)이 정점에 오른 그 순간부터 탄성은 사라지고 살(矢)은 자유낙하를 시작한다. 촉이 과녁에 맞닿는 순간 내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시위와 아랫장의 헌신이 헛되지 않았음을......, 하나의 살(矢)은 한 사람의 인생(人生)을 닮아 있다. ☞ [편집자 주]▲ 출전피[出箭皮] : 활을 쏠 때, 화살이 닿는, 활등의 가운데에 붙인 가죽 조각.▲ 촉바람 : 안 바람. 과녁에서 사대로 부는바람으로 촉바람이란 근래에 붙여진 말..

비가 내린 仁王山에 휘감긴 몇 장의 구름이 빗물에 젖은 주봉을 어루만지며 유유자적하게 흘러간다. 수 세기전 겸재(謙齋) 정선(鄭歚, 1676~1759)는 지금의 효자동과 청와대 부근에서 이 비경을 보고 그 감흥을 이기지 못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를 그렸다. 매일 보는 그 산에 무슨 진한 감동이 있었는지 자연이 빚어낸 생활속의 비경에 겨워 그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는 서둘러 먹을 갈았을 것이다. 영겁의 세월을 버텨온 그 투박한 바위에 빗물이 스며들 즈음 때를 같이하여 그 짙은 먹물이 두꺼운 한지에 스며드는 순간 세기의 역작 [仁王霽色圖]이 완성되었다. 그는 특유의 웅장한 필치로 비에 젖은 주봉을 힘차게 표현했으며 먹의 농담(濃淡)으로 그 가파른 경사를 가지고 놀았다. 그가 그림에서 표현한 인왕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