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조국의 화살이여 전사여 영령이여 시인 고은 의 [화살]
명문인용
2022. 4. 20. 11:20

활터의 봄볕 아래에서는 살 튀어나가는 것 보다 꽃망울이 더 빨리 터진다. 샛노란 개나리꽃, 연분홍 철쭉꽃. 덩치 큰 목련은 뒤질세라 일제히 꽃망울을 곧추 세운다. 황학정 안중(眼中)에 선 온깍지 활꾼은 고자채기로 활대를 비스듬히 제끼고 풀어 헤친 깍지손이 넉넉하다. 겹처마 너른 팔작지붕 황학정에 가면쏟아지는 봄 햇살 같은 활꾼들의 열정으로설자리조차 비좁다. 우물마루 아래 정겨운 댓돌 삼형제.봄햇볕에 잘 구워져서 그런지오늘따라 그 낯빛이 예사롭지가 않구나! ※ 용어해설☞ 고자채기 : 발시(發矢)하는 과정에서 깍지손의 탄성으로 활이 비슴듬이 재껴지는 현상. 편집자 주 ☞ : 활꾼 최고의 사진작가이신 황학정 박하식 접장님께서 봄볕에 그을린 황학정 풍경을 페이스북에 올려 주셨다. ^^ 언제나 접장님 사..
국궁(詩)/활터의 사계
2022. 4. 1.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