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國弓), 그 치명적인 유혹..

몸 속 세포를 채우는 공기를 느끼며호흡을 통제하라! 호흡이 통제되야마음이 통제된다.!이 무의식(無意識)의 순간에연삽하게 내라! 심장 소리를 듣고날숨이 멎는박동과 박동사이에발시하라! 타겟이 작아야조금 빗나간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고 -

(박기복 여무사님,이영주 여무사님,박찬민 어르신을 기억하며..) 돌림병이 또아리를 틀자 뜨락에 핀 웃음소리 사라지고 거궁(擧弓) 과 발시(發矢)가 엇갈리며 북적이던 설자리마저 휑해지고 난리통에도 이어졌던 삭회(朔會)는 통지문 조차 띄우지 못했다. 든 자리도 없이 활공부만 하셔서 그런지 어르신 떠나던 날 아무도 난 자리를 알지 못했다. 활터를 등지고 돌아선 순간 긴 세월 쏘아 올렸던 무수한 살찌만 빈 하늘에 잔신(殘身)처럼 남았다. ※ 용어해설 ☞ 거궁(擧弓) : 활 들어 올리기. ☞ 발시(發矢) : 화살을 쏘는 행위. ☞ 잔신(殘身) : 화살은 몸을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면 안 된다.

언제부터인지 한쪽 손에 지팡이를 짚으신 고 이선중 고문님은 힘에 겨워 하시면서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황학정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계셨다. 한 두걸음 걷다가 쉬었다가 힘에 겨워 하시는 모습을 보고 부축이라도 해 드릴양이면 '아~ 괜찮습니다.' 손사래를 치시며 늦더라도 당신의 힘으로 기어이 사우회관에 도착하셔서 스스로 궁대도 매시고 활도 부리고 그렇게 활 채비가 끝나면 다시 느린 걸음으로 사대를 향해서 당신만의 목표를 달성하셨다. 고문님을 주의깊게 본 사우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고문님의 화살은 유난히 가늘고 또 가볍다. 당연히 9순 노인께서 활을 과녁까지 보내시려면 힘에 겨우실것이고 활도 화살도 그렇게 세월에 따라 변 할 수 밖에 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고문님 화살의 촉이 닳아서 뾰족한 부분이 모두 사..